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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분류
게시 일자 2007-06-19
게시자 PGRC ()
제 목 [보도자료] 어느 노과학자의 명예와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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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파일 파일없음
내용
부산일보 200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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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어느 노과학자의 명예와 자부심
신재국 인제대 의대 약물유전체연구센터장

얼마 전 홍콩의 한 대학이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초청 연자로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또 다른 세션의 연자로 초청된 중국 의과대학의 한 노교수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60대 말의 이 노교수는 동료 의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것은 아니지만 의생명과학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과현재의 위치를 매우 자랑스러워하였다. 물론, 우리로 하면 공학한림원(최고 석학들이 모이는 공동체 모임)에 해당되는 중국의 공정원 원사로 선정될 정도로 많은 학문적 성취를 이뤘으므로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는 이보다는 자신의 학문적 성취와 일생을, 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와 교육에 헌신해 온 노력을 국가와 사회가 인정해 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더 느끼는 것 같았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는 여러가지 경제적·사회적 혜택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별도의 사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러한 물질적 혹은 사회적 지원보다 정말 더 부러운 것은 그의 인재 확보 경험이었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필자와는 달리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거의 어려움을 느껴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자신이 과학자로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존경과 명예를 받는 것을
보고 학생들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입문을 주저하지 않으며 또한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존경과 명예가 성공한 소수의 과학자에게만 베풀어지는 특혜가 아니며, 과학자가 될 경우 언제든 이를 받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중국의 젊은 과학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런 인식이 창조적이고 유능한 미래의 이공계 과학기술자를 확보하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었다.


이 노과학자는 미국 연수과정을 통해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겼고, 미국에서 기반을 잡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여건이 열악했던 1980년대 후반의 중국, 그것도 지방의 대학에 터전을 잡고 지난 20여년의 세월 동안 중국에서 최초로 약물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 발전시켜 왔으며, 이를 통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유전학 연구 자료를 확보하는 업적을 이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찬가지로 지방의 대학에서 유사한 과정을 통해 연구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필자가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는데, 말끝에 이어지는 그의 한마디는 더욱 더 필자를 감동시켰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확보된 기술로 맞춤치료를 위한 진단기술을 산업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 홍콩 및 상하이의 투자자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연구비 투자의향 러브 콜을 받았다고 한다. 조건은 상하이와 홍콩 쪽에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노과학자는 지방의 산업화와 해당 학문영역의 발전을 위해 현재 있는 지방에 회사를 반드시 설립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이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지역의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기술을 산업화하고자 할 때 지역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수도권으로 진출하려는 것이 현실인데, 이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둥지를 틀겠다는 노력이 가슴에 와 닿았다.


부산 지역에도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삶을 살아오신 노과학자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우선, B대에서 초창기 척박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약리학 연구에 일생을 바치시고 정년퇴직 후에도 변함없이 연구에 대한 열정을 품고 계신 H교수님이 떠오른다. 이공계위기를 수없이 외치면서도 혹 지방의 척박한 연구 여건 속에서 묵묵히 과학자로서 삶을 살아온 H교수님과 같은 분들에게 우리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본다. 이분들을 위한 국
가와 사회의 배려, 그리고 민간 차원의 노력들이 이 시대에 필요한 우수 이공계 인재들이사회에, 특히 지역사회에 자리잡게 하는 지름길이라 사료된다.